Canvas Robo / 캔버스 로보
어렸을 때부터 저는 장난감을 좋아했습니다. 아버지가 문구 유통업에 종사하셨기에 다양한 완구를 가질 기회가 풍부했습니다. 당시 국내에 유통되던 완구의 상당수가 수입산이었고, 장난감의 근간인 되는 애니메이션은 당시 미디어 환경상 접하기 힘들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장난감을 서사가 부재한 겉-이미지로서 유희했습니다.
유통망이라는 개념이 막 생성되었던 당시에는 상품이 체계적으로 유통되지 않았습니다. 보통 장난감 박스 옆면에는 다른 시리즈에 대한 광고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비슷한 종류를 모아야 합체나 연계가 가능했습니다. 저는 원하는 특정 장난감을 가지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분해하고 재조립하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만의 상상의 장난감을 조합했습니다. 예를 들어, 단바인의 팔 파츠, 용자 로봇의 무기, 조이드의 부품, 그리고 건담의 머리를 결합하는 식이었습니다. 호환되는 조인트가 아닌 경우가 많았지만, 휴지를 끼워 넣거나 본드를 이용함으로써 어떻게든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수집과 디오라마를 통한 재미를 느끼기 보다, 제 머릿속 멋진 장난감을 만들기 위해 부품을 재조합하며 조형을 짜깁기했습니다. 그 행위에는 원작의 서사나 이미지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장난감을 통한 감각적 데이터베이스 소비를 반복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렸을 적의 감각은, 장난감을 넘어서 캔버스라는 매체로 전이되었습니다. 나무로 짜인 틀과 천이라는 물성은 이미지를 위한 토대로서 기능합니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혁신을 통해 회화라는 개념의 축이 지속적으로 확장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이 물리적 토대에서 무궁무진한 매력을 느낍니다. 저는 캔버스에 '변신'이라는 감각적 축을 추가하고자 합니다. 변신이라는 단어는 매력적입니다. 트랜스포머라는 스펙터클 컨텐츠 속 변신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한국어 속에서 같은 기표를 공유합니다.
캔버스 로보의 기본 형태는 사각형의 캔버스입니다. 하지만 변신해서 로봇도 될 수 있습니다. 동일한 사이즈의 캔버스 위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서로 다른 그림이듯이, 캔버스 로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표현하고 상상하느냐에 따라 캔버스 로보는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